본문 바로가기
소개/추천사

[추천사] 영화〈잡식가족의 딜레마〉황윤 감독

by 의사 이의철 2021. 3. 11.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기를 소망하고 일상적으로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시중에는 건강과 관련된 수많은 상품과 정보가 난무한다. 그러나 사막의 모래알처럼 쏟아지는 마케팅과 가짜 뉴스 속에서 진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저탄고지 식단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탄수화물이 살찌는 주범이니 적게 먹어야 하나? 우유가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신화’는 과학적 사실인가?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고기를 많이 먹는 게 당뇨병에 도움이 되나? 동물성 단백질은 과연 ‘우수한’ 단백질이고 성장기 아이들이 많이 먹어야 하는가? 등 푸른 생선과 멸치는 어떤가?

 

여기, 수많은 혼돈과 잘못된 정보로부터 현대인을 구원할 한줄기 빛과 같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단지 주장이 아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수많은 직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건강 상담을 해온 저자의 경험과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연구진들이 발표한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간이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현대인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고혈압, 당뇨, 암,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대상포진 같은 면역계질환, 빠르게 늘어나는 크론병과 비만 등은 비싼 영양제, 치료제, 고가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더불어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흔한 단순 정보성 건강서적과 차원을 달리한다. 음식과 건강의 관계에 관한 광범위하고 성실한 연구, 그에 기반한 진짜배기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도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는 유익할 터인데,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함, 나아가 생태계의 건강함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우리의 일용할 양식에 대한 신중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공장식 축산이 일으키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기후 위기의 실태에 관한 대목은 인류의 멸종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요리법, 외식팁, 심지어 라면 선택법까지 식물식 초심자들에게 도움되는 깨알 같은 정보도 들어있다.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제작하면서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이 사람과 가축, 지구 전체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육류와 유제품을 끊고 채식을 시작했다.

가끔 가공식품을 먹긴 했지만 되도록 현미밥과 콩류, 야채, 과일, 견과류 등으로 이뤄진 자연식물식을 했다. 식습관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만큼 내 몸도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가장 먼저 아토피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나의 아토피에 대해 부모님은 집안 내력이라 했고, 의사들은 낫지 못하는 병이니 스테로이드 약을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육류와 유제품을 끊음으로써 한두 달만에 완치된 것이다. 십 수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위염과 지긋지긋한 편두통도 씻은 듯 사라졌다.

 

식물식 10년차인 지금,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감기에 걸린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건강에 이르는 길은 이토록 간단했는데 나는 너무 먼 길을 돌아 그 길을 발견했다.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와서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부모님이 읽었거나, 혹은 내가 성장기 때 스스로 읽었다면 병원비도 줄이고 심신을 괴롭히던 질병들의 고통에서 훨씬 빨리 해방되며, 어쩌면 아예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댓글